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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돈 내산 솔직 후기

[경주 술집 - 프렙 (prep) ] 분위기부터 맛있는 칵테일까지..완벽 혼술 스팟 찾아버렸지 뭐야?!(feat. 어린왕자가 살 것만 같은 봉황대 뷰)

by 하비치 2022. 1. 30.

경주 혼여행을 하면서 다짐 또 다짐한 게 굴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마시는 것이다. 가기 전부터 술집을 열심히 서치 했는데 핫한 술집들이 대부분 황리단길에 모여 있었고, 핫한 만큼 웨이팅도 있고 북적북적대는 분위기인 거 같았다. 혼술은 처음인 쫄보로써, 조금 더 조용한 곳을 찾던 중 선물처럼 발견하게 된 것이 프렙이었다.

프렙

오후 2시 오픈(22.1 기준), 수요일 휴무
* 영업시긴 가게 인스타 확인
https://www.instagram.com/bar.prep
가게 앞 봉황대 공원 따라 주차 가능

프렙은 2021년 11월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바인데, 입구 도어부터 감각적인데 순간 내가 상수동에 온 건지 경주에 온 건지 헷갈리게 했다.
새로 오픈해서인지 프렙은 매장이 매우 깔끔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.

내가 인터넷에서 보고 뿅 반해서 찾아가게 된 봉황대 뷰

검색 끝에 위 사진을 보고 한치의 고민도 없이 여기다 싶었다. 프렙의 바 테이블에서 보이는 이름은 모르지만 너무나도 느낌 있는 유적지와 술병이라니 경주 감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분위기 있게 술 마시기 딱인 공간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

프렙에 들어가 보니 사진에서 봤던 바 자리는 이미 모두 채워져 있었는데, 안쪽에도 창가에 바 테이블이 길게 놓여있기에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았다. 프렙 사장님께서 말씀해주시기로는 바로 이 자리가 나와 같은 혼술러들이 종종 머물다 가는 공간이라고 말씀이었다. 역시 사람 생각 다 비슷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. 금요일 저녁 늦게 방문해서인지, 거리두기 때문인지 운 좋게도 앉은 바 테이블 전체를 전세라도 낸 것처럼 조용히 즐기다 갈 수 있었다.


프렙의 메뉴는 생각보다 길게 준비되어 있었는데, 칵테일, 위스키, 리쿼, 와인이 다양한 종류로 준비되어 있었다. 프렙에서는 칵테일 종류도 두 페이지나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중 한 면은 시그니쳐 칵테일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.

올드 패션드 17,000
어텀 코블러 17,000
감자 그라탕 10,000

총 44,000원

 

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프렙에서의 첫 잔은 평소 좋아하는 칵테일이기도 하고 확실하게 취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'올드 패션드'로 선택했다. 프렙의 올드 패션드는 평소 내가 먹어온 것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는데, 위스키 특유의 오크향보다는 시트러스 향이 조금 더 느껴지는 가볍고 상쾌한 칵테일이었다. 얼음이 많이 담겨 있어서 인지 위스키 하이볼처럼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. 첫 입부터 위스키의 묵직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고,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러웠다. 기대했던 녹진한 느낌은 덜했지만, 같이 시킨 감자 그라탕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좋은 첫 잔이었다.

프렙에서 내가 너무너무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인 '어텀 코블러'이다. 비주얼부터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토핑(?)부터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이어지는 색감까지 너무 이뻤다. 준비해 주시면서 프렙 사장님께서 코블러 파이(과일잼 필링이 들어간 파이)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신 메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마셔보니 그 말 뜻을 알 거 같았다. 프렙의 이 칵테일은 '칼바도스'라는 술이 베이스인데, 사과 증류수 즉 사과 브랜디라고 생각하면 된다. 그래서인지 아주 달콤했지만 물리지 않는 신기한 맛이었다. 단맛이 설탕 단맛이 아니라, 사과 코디얼이 들어가서 인지 묵직한 꿀 같은 고급스러운 단맛이어서 좋았다. 여러 가지 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과향과 함께 약간 스파이시한 향도 나고 마지막은 바닐라향으로 마무리가 되었다. 마실수록 층이 섞이면서 느껴지는 맛 변화도 재미있게 느껴졌다.

프렙에서 같이 시킨 감자그라탕도 치즈가 듬뿍 들어 있어 고소하고 간이 세지 않아 맛있었다. 좋은 안주로서의 역할을 잘해 주었다. 양도 넉넉해서 두 종류의 칵테일을 먹기에 충분했고 다 먹고 나니 엄청 든든했다.

마무리를 하려던 중 프렙 사장님께서 감사하게도 서비스로 주신 포트 와인. 처음 보는 토니 포트였는데, 마시기 전부터 향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코를 박고 킁킁댔는지 모른다. 향처럼 맛도 훌륭했는데, 달콤하고 부드러워 완벽한 디저트가 되어 주었다.

창밖으로 보이는 봉황대, 고목들이 위에서 자라고 있어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무덤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. 다 먹어 갈 때쯤에는 취기가 올라서 인지, 문뜩 어린 왕자의 행성에 초대받은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. 혼자 왔음에도 바텐더 겸 사장님께서 오셔서 술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고 추천도 해주시고 말도 걸어주셔서 너무나도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. 운 좋게 발견한 술집에서 내가 바라던 완벽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. 나만 알고 싶지만 더 잘되었으면 좋겠고,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술집인 프렙에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감사하다.

거리두기로 9시에 나와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기본 안주로 제공되는 갈릭 팝콘으로 숙소에서 한 잔 더 한건 안 비밀.

★★★★★
뷰, 조명, 술, 음식. 모든 게 갓벽. 경주에서 조용하게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이라면 일순위로 추천하고 싶다.
특히 어텀 코블러 강추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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